changeling

映畵, 영상 2009. 7. 4. 18:40


-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공포스러운 요소들이 잔뜩 등장한다. 
유아 연쇄 살인과 유기, 각종 고문과 폭력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정신병동,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음해하고 해치는 경찰, 편집 없는 적나라한 교수형 집행 장면...
그러나 그 모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나를 공포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등장했던
'a true story' 라는 짧고 강렬한 자막이었다. 
그 한구절이 없었다면 어찌 감히 고담시티같은 데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을 실화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1920년대라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미국 LA에서..
더 끔찍한 건 그와 같은 야만적 시대의 풍경 속에서 슬그머니 떠올리게 되는 오늘날의 슬픈 대한민국의 모습.
3년 전쯤만 해도 이런 영화, 그 배경이 미국이라는 점에 있어서 좀 충격을 받긴 했겠지만 뭐 그래봤자 다 지난 옛날 일쯤으로 생각하고 맘편히 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반면 오늘날의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잘못하다간 진짜 나라가 저 꼴 날 수 있겠다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왜 무려 21세기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는 내가 전화도 잘 안터지던 1900년대 꼴로 돌아가게 될까봐 전전긍긍해야하나.
생각해보면 참 그 자체가 공포다. 


- 안젤리나 졸리의 멋진 엄마 연기.
왠지 안젤리나 졸리와 엄마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원래 졸리를 좋아했었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더 좋아졌다.
세상 어디에 이처럼 용감하고 시크한 엄마가 있을 수 있을까. 
" 먼저 싸움을 걸진 않되 마무리는 내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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